(인연 연) : 이어지다

2022.05.26-2022.06.18

Information

<전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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緣(인연 연) 이어가다

 

이배용

(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현 한지살리기재단 이사장)

 

   올해는 1882년 한국이 구미 각국 중에서는 최초로 미국과 통상교류협정을 체결한 지 1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번 한미 수교 130주년(2012년)에는 미국 워싱턴 주재 대한제국공사관을 다시 찾아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오는 뜻깊은 역사적 성과가 있었다.


  오늘부터 예화랑에서 전시되는 “緣(인연 연) 이어가다” 기념전은 이러한 역사적 과정과 함께 청운 강진희(1851~1919) 서화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동양 격언에 인연이 없으면 마주 보아도 지나쳐가지만, 인연이 있으면 천리만리를 돌아서도 또 만난다는 말이 있다. 바로 예화랑의  금번 전시는 한 세기를 넘는 인연으로부터 펼쳐지는 한 폭의 서사시 같은 느낌이다.


  청운 강진희는 1888년 주미 전권공사 박정양의 수행원으로 미국에 파견된 외교관이자 서화가로서 현지에서 여러 귀한 작품들을 남겼다. 귀국해서도 후진양성과 함께 서화협회 창립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특별히 이번 전시의 특징 중에는 지난해 “洄” 전시 때 맺어진 인연으로 입수된 강진희 지음 「악부합영(樂府合英)」이 공개된다. 악부합영은 조선 후기 대표적인 판소리 연구가 송만재의 관우시와 강진희가 모은 악부를 함께 엮은 것이다. 방대한 내용들을 읽다 보면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매우 정감있게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에 친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제 강진희의 작품세계는 음악의 장르까지 넓혀져 잊혀져가는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과 그 아름다움을 깨우쳐 주고 있다. 끊임없이 우리 것의 자긍심을 일깨우고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예화랑의 열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악부합영(樂府合英)》 

 

-벽오동 심은 뜻은-

양경희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위원)

 

《악부합영》은 구한말에 관료를 지낸 서화가 청운(靑雲) 강진희(姜璡熙) 선생의 저작이다. 
선생은 일어와 영어에 능통하여 1886년에는 일본공사접응관차(日本公使接應官差)를 지냈고  1887년 미국 워싱턴에 조선 공사관이 설치되었을 때에 주미 공사의 수행원으로서 통역관의 임무를 수행하였다. 아직 외국과의 교류가 많지 않았 던 시절에 이렇게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선생이 미국에 체류할 때에 그린 〈화차분별도 火車分別圖〉가 미국 풍경화집 〈미사묵연(美槎墨緣)〉 속에 들어 있는데, 철길을 달리는 기차를 그린 그림이다.  미국에 간 외교사절들의 눈에 비친 신기하고 놀라운 문물이 이 그림 속에 구현되어 있다. 이런 귀한 그림이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뒤에 선생은 우리의 전통 서화를 지키기 위해, 1911년에는 서화미술회의 교수로서 조석진·안중식 등과 함께 글씨와 전통 화법을 가르쳤고 1918년에는 서화협회의 발기인으로 활약하였다. 


《악부합영》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부분은 선생이 시조를 한역(漢譯)한 시 46수를 수록한 것이고, 두 번째 부분은 자하(紫霞) 신위(申緯)의 《벽로운방소악부(碧蘆韻舫小樂府)》 40수를 수록한 것이며, 세 번째 부분은 송만재의 관우희(觀優戱) 50수를 수록한 것이다. 네 번째 부분은 당대에 유행하는 노래 9수를 수록한 것인데, 대부분 공명을 추구하기 위해 분주한 세상을 개탄하는 내용이다.   


선생은 육당 최남선이 찬정(撰訂)한 《가곡선(歌曲選)》을 읽고 그 중에서 무명씨가 지은 것을 뽑아내서 한시로 번역했는데, 가사의 길고 짧음에 맞추어 짓다 보니 고체시(古體詩)에 가깝게 되었다. 그가 시조를 한역한 것은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과 자하 신위가 민요를 채집하여 한시로 번역했던 소악부(小樂府)의 전통을 잇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관우희(觀優戱)는 송만재(宋晩載)가 큰아들 지정(持鼎)이 조선 헌종 9년인 1843년에 진사시에 합격하였을 때에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지은 시이다. 당시에는 과거에 급제하면 광대를 불러서 각종 연희를 벌이며 노는 것이 풍속이었는데, 송만재는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어서 그 대신에 광대들의 놀이 모습을 상세히 기록하여 마음을 달랜 것이다. 이 시는 광대들의 놀이 모습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독보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악부합영》에 수록한 것이다.  

《악부합영》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는 ‘봉황을 기다리며’이다. 

 

種得碧梧待鳳儀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려 한 것인데
化翁猜我鳳無期  조물주가 나를 시기하는지 봉황은 오지 않고
只有一輪中夜月  한밤중에 보름달만
自來相照掛空枝  빈 가지에 홀로 걸렸어라

 

벽오동은 봉황(鳳凰)이 깃든다고 하는 나무이고, 봉황은 태평성대에 나타난다는 상서로운 새이다. 그러므로 옛 사람들은 집에 벽오동을 심어놓고 봉황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또 봉황은 60년 만에 결실을 맺는 대나무 열매만 먹는다고 해서 대나무를 심었다. 봉황은 언제 올지 기약이 없다. 오늘도 내일도 빈 가지에 보름달만 걸려 있거나 온갖 잡새들만 몰려든다. 그래도 꾸준히 벽오동을 기르고 대나무를 가꾸면서 봉황을 기다렸다. 선생이 서화미술회를 조직해서 글씨와 전통화법을 가르친 것도 언젠가 나타날 봉황을 맞이하려는 작업이 아니었을까.           

Date :May. 27th (Fri), 2022 -  June. 18th (Sat), 2022

Opening Reception:  May. 26th (Thu) 17:00~ 20:00 

Venue : GALLERY YEH l 73 Garosu-gil, Gangnam-gu, Seoul, Korea

​전시기간 : 2022. 5. 27(금) ~ 2022.06. 18 (토) 

​오프닝 행사 : 2022. 5. 26(木) 오후 5시 ~ 오후 8시